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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팝픽아카데미에서 작업한 H씨의 급여내역. 매일 12시간 일하고 월 48만3,500원을 받았다. 팝픽 피해자 임시대책위원회 제공 

일러스트 제작사 '팝픽' 지망생·신인들 상대 횡포

할당량 못 채우면 半페이… 수강생 작품 도용하기도

국내 일러스트의 대표 업체인 '팝픽'이 저변 확대와 작가의 권익 향상을 명분으로 차린 학원과 외주 제작사에서 작가지망생과 실습생을 상대로 노동착취 등을 한 혐의로 최근 사법당국에 고소됐다. 실습생들은 법정 최저임금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343원의 시급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일러스트 계간지와 잠산 등 유명 작가의 그림책 등을 출간해 온 '팝픽북스', 그래픽 학원 '팝픽아카데미', 외주 제작사 '팝픽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유명 업체 팝픽의 이 같은 현실은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일러스트 업계의 열악한 노동실태를 그대로 드러내 충격을 주고 있다.

2011년 12월 말 수도권 C대학 졸업을 앞둔 20대 여성 A씨는 당시 시간강사이자 팝픽 대표인 송모(29)씨로부터 그림 실무를 배우라는 제안을 받고 서울 광진구에 있는 송씨의 일러스트 교육학원에 들어갔다. 그는 "제대로 된 교육 과정은커녕 게임사가 주문한 그림 작업에만 동원됐다"고 말했다. A씨가 받은 시급은 343원. 6개월간 주 6일 꼬박 12시간 이상 일해 받은 96만7,000원에 교육비조로 30만원을 반납했더니 나온 액수다.

또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을 반으로 깎는 속칭 '반페이'를 당했다는 피해자도 있다. 5개월간 매일 12시간씩 외주 작업에 투입된 H(25)씨는 첫 달만 월급 100만원을 받고 다음달부턴 마감을 제 때 못 한단 이유로 절반인 48만3,500원만 받았다. H씨를 포함한 피해자 6명은 지난달 12일 서울남부고용노동지청에 이 같은 내용을 신고했다.

신인작가 L(25)씨는 "팝픽 측에 수 차례 고용계약서를 요구해도 매번 거절당했다"며 "외주 작품에 대해 중개비조로 50%를 떼 간다는 말도 없이 50만원짜리를 25만원이라며 폭리를 취하고, 작가들에게도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월급을 깎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송씨는 학원 수강생 작품을 도용해 자신의 필명으로 여러 잡지 등에 실어 왔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내가 그린 한 남자 캐릭터는 어디가 바뀌었는지도 모르게 고스란히 송씨의 필명이 달려 그의 작품이 됐다"며 "여러 학생들에게 파트를 나눠 그리게 한 뒤 자신이 취합하는 수법도 쓴다"고 말했다.

피해 실습생들과 일부 작가들은 지난달 30일 서울동부지검에 송씨 등 팝픽 측을 상대로 근로기준법 위반, 사기,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냈다.

앞서 팝픽 피해자 임시대책위원회를 결성한 이들은 지난달 24일 공개 펀딩을 통해 노동착취 실태를 알리고 소송비 300만원 모금에 나서기도 했다. 모금은 당일 22분 만에 마감됐다. 송씨는 반론을 듣기 위한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언론사와 인터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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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6-03 09: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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