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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획①] ‘무임승차’부터 ‘관계 파괴’까지…'팀플' 大해부

[CBS노컷뉴스 이혜진 · 유원정 인턴기자] '대학교육의 꽃'이어야 할 팀플이 오히려 상아탑에서 '공공의 적'으로 몰리고 있다. 상당수 대학생들은 교과수업의 파행과 교우관계의 파탄을 초래하는 주범으로 팀플을 꼽고 있다. CBS 노컷뉴스는 모두 4회에 걸쳐 파행 운영되는 대학 팀플의 실태를 진단하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캠퍼스 속 지뢰, 팀플은 미친 짓이다?
②캠퍼스의 프리라이더…"팀플은 참여 안해도 OK!"
③ 팀플로 무너지는 상아탑…대학당국은 '수수방관'
④"우린 팀플이 좋아요!"…캠퍼스에 부는 새바람


경희대학교 4학년인 S(25)씨는 2년 전, 10년 지기 P(25)씨와 절교하는 가슴 아픈 일을 겪었다.

이들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학원에서 만나 대학교까지 함께 진학했다. 학과는 다르지만 서로 시간표를 맞춰 가며 함께 교양 수업을 들을 정도로 사이가 돈독했다. 하지만 한 교양 수업에서 S와 P 사이에 갈등이 발생했고, 결국 둘은 격렬한 말다툼과 몸싸움 끝에 '절교'라는 최악의 상황까지 갔다.

10년 지기 '절친'이었던 이들이 한 학기만에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된 까닭은 무엇일까? 바로 '팀플' 때문이다.

◈대학생 80%, “나는 팀플이 싫어요”

팀플은 대학수업 중 진행되는 ‘조별과제’를 일컫는 말로 ‘팀 프로젝트’ 혹은 ‘팀 플레이’의 줄임말이다. '팀 프로젝트'는 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에서 먼저 도입된 뒤 대학에서도 하나의 수업 형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 선진국에서는 ‘팀플’은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존재해 온 가장 보편적인 교육 방식이다.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이 다른 사람과 협력해 결과물을 창조하는 경험을 가지게 하는 것이 팀플의 가장 큰 목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내 대학에서는 팀플이 아직까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채 대학생들에게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팀플이 가장 많은 시기인 5월과 11월(대학 중간-기말고사 사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인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는 팀플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글로 도배된다. 한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조별과제’라는 검색어를 넣을 경우 ‘조별과제 빡침’, ‘조별과제 무개념’ 등 부정적인 연관검색어들로 도배된다.

지난해 ‘대학내일 20대 연구소’가 수도권 4년제 남녀 대학생 22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대학생의 60%는 한 학기에 3개 이상의 팀플을 수행하며 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10명 중 8명은 ‘팀플을 선호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프리라이더’, 팀플의 가장 큰 적

대학생들은 팀플을 망치는 주범으로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팀플 참여와 노력 없이 조원들에게 묻어가며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사람)’를 꼽는다. 지난해 11월 tvN ‘슈퍼챌린저코리아’ 설문에 따르면 팀플 민폐유형 1위는 대학생 796명 중 54%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프리라이더가 차지했다.




프리라이더는 팀플 자체를 망치고 조원들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킨다. 또 다른 조원에게 과중한 업무를 떠안겨 개인의 대학생활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국민대 2학년에 재학중인 B(21)씨는 팀플을 함께 하던 조원 2명이 모두 잠적하는 바람에 자료 조사부터 PPT(파워포인트) 자료 제작, 발표까지 혼자 다 진행하는 ‘슈퍼맨’이 돼야 했다. 다니던 아르바이트를 그만 둘 정도로 많은 시간을 투자했지만, ‘팀워크’를 무시했다는 이유로 교수로부터 좋은 성적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학생 스스로는 이들 프리라이더를 사실상 ‘방관’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팀플을 함께하는 조원들과는 한 학기에서 길게는 전공 수업을 듣는 3~4년간 계속 얼굴을 봐야 하는 사이여서 ‘싫은 소리’를 쉽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누적된 불만은 어느 순간 갑자기 폭발해 '관계의 파탄'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팀플, 있던 친구도 사라지게 한다

프리라이더만이 팀플 내에서 문제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팀플 중 생기는 크고 작은 불화는 조원간의 관계 악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초중고교를 거치는 동안 주입식과 암기식 교육에만 익숙해 있던 학생들이 '토론' 등 상호작용과 '갈등 조정' '헌신' 등을 통해 공동의 과제를 수행하는 수업방식이 익숙치 않기 때문이다.




고려대 4학년인 L(23)씨는 4년 전, 팀플 진행 중 독단적인 의견을 내놓던 동기와 트러블이 생겨 조원들이 모두 보는 앞에서 심한 말다툼을 했다. 1학년 때의 일이었지만 이 싸움이 발단이 되어 전공을 듣는 4년 내내 해당 동기와는 얼굴을 마주한 적이 없다.

팀플 수행 중 이유 없이 왕따가 된 억울한 사례도 있다. 동덕여대 4학년인 Y(24)씨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단 ‘한 번’ 팀플을 빠졌다가 팀플 과정에서 배제된 경험이 있다. 이전까지 조원들 사이의 갈등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는 등, 팀플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Y씨는 조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Y씨는 결국 심한 다툼 끝에 해당 수업을 포기했다.

◈관계는 망가져도 팀플은 계속된다?

실제로 대학내일 연구소에 따르면 대학생들은 팀플 수행 중 팀내 소통과 팀워크 발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플을 수행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점’에 대한 질문에 조원간 업무배분이 43%, 모임시간 정하기가 28%, 조원간 불화가 22%를 차지했다. 10명 중 9명이 ‘관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한 것이다.

학업 외에 대학 생활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인 ‘교우 관계’를 팀플이 망치고 있는 셈이다. 인터뷰를 통해 만난 대학생들도 하나같이 팀플로 인해 망가진 관계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팀플로 10년 지기 친구를 잃은 S씨는 “그 팀플만 아니었다면 친구와 그렇게 됐을까 싶다”며 “그렇게 팀플을 원망하고 팀플에 상처 받았어도 결국 ‘또’ 팀플을 할 수밖에 없는 게 대학생들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adsldd@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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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3-06-18 09: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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