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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수학생 상처주는" 혁신학교 폐지하라 - 권진수 전 인천시 교육감 대행 / 현 양서고등학교 교장 칼럼
  • 기사등록 2013-11-19 09:2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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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진수 양서고등학교장 

서울·경기와 일부지방에서는 일부 학교를 '혁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경기교육청은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개혁적 교육모델을 통해 해결해 가려는 혁신적 교육운동'이라고 정의하고, 혁신교육은 '좋은 교육'이라고 부가설명도 한다. 요약하면 '좋은 학교'라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교육과 좋은 학교는 장관이나 교육감의 본분이다.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인 좋은 교육을 경기도는 왜 일부 학교만 하며 또 그렇게 요란스럽게 할까? 그러면 일반 학교는 무슨 교육을 하는 곳으로 보는지 묻고 싶다.

경기도의 혁신학교는 2009년에 13개교로 출발, 2013년 현재 220개라고 한다. 전체 4천368개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 이들 학교는 '일반학교'보다 거의 갑절인 180% 안팎의 운영비를 지원받는다. 이처럼 극히 일부 학교만 좋은 교육을 하는 이유는 따로 있는 것 같다. '심사하여 지정'하고 싶기 때문일 게다. 혁신학교로 지정받으려면 '혁신의지와 역량이 있는지'를 심사받는 절차를 거친단다. 세상에! 좋은교육 의지가 없는 선생님이 어디 있을 거라고! 10분의 9의 절대다수 학생들도 선생님 닮아 좋은 교육 받을 의지가 없다는 것인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혁신학교로 지정되지 않은 90% 이상 학교의 선생님들은 매우 참담한 심정이 될 수밖에 없다.

교직과 교육행정실무를 직접 담당해본 필자가 생각하는 학교혁신의 방향은 무엇보다도 첫째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라는 편가르기부터 중단해야 한다. 선생님과 아이들과 학교를 둘로 나누어 한편에만 좋은 교육을 한다는건 극단적인 어불성설이다. 둘째 지식편중문화를 체험과 인성중심으로 바꾸는 일이다. 오늘날 아이들이 겪는 갖가지 혼돈과 고통의 근원은 고질적인 줄세우기식 지식편중 문화임을 직시하여 시급히 탈출해야 한다. 기본기에 충실한 운동선수가 생명이 긴 법이다. 체험활동, 인성교육을 우선하고 기초지식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자. 다음은 학교혁신의 실행방안에 대하여 선생님들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다. 어떤 교육정책도 선생님의 손을 거치지 않고는 이루어질 수가 없다.

선생님은 온순하고 순종적인 것 같지만, 주체의식이 강하고 자존심도 강하다. 직접 교직에 종사하지 않은 사람은 이같은 교직의 속성을 절대로 모른다. 교사가 표면적으론 별무반응이라 해서 무조건 수용하는 것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교육행정의 요체는 선생님 설득이고 그 수단은 제법 많다. 감화, 읍소, 연수, 비경제적 보상 등이 효과적이다. 경제적 보상도 부수적으로 필요하고 매뉴얼 같은 강제도 부분적으로 효과가 있지만 근본은 자발적 참여이다. 무엇보다도 특수 사정이 없는 한 모든 학생에게 동시에 실시해야 한다. 좋은 교육은 '선택과 집중' 원리의 적용대상이 아니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에게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일부에만 하는 좋은 교육은 헌법정신에도 배치된다.

학교혁신은 누구나 바라는 명제이지만 결코 쉬운 일도 아니고 단기간에 끝나는 일도 아니다. 공고한 지식편중문화가 쉽사리 허용할 리는 없지만 분명 도달 가능한 목표이다. 다만 어설프고 오염된 이념의 그림자를 걷어내고 선생님들의 자긍심을 회복하는 일이 그 전제이다.

<권진수 전 인천시 교육감 대행 / 현 양서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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